에이즈 환자를 끌어안게 한 감동
[2009.01.02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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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세 에이즈 소년 “당신은 내 기도의 응답”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요즘 하루에도 수십 번씩 주고받는 새해인사다. 복 받기를 서로 빌어주는 마음, 이보다 더 정겨운 일은 없을 거다. 나도 복 많이 받고 싶다. 그리고 넘치도록 받은 복을 많은 사람에게 전해주고 싶다. 이름하여 '복의 통로'가 되고 싶다. 다행히 나는 구호현장에서 '복의 통로가 되는 복'을 풍성하게 누리고 있다.
2007년에 파견근무한 남부아프리카의 짐바브웨는 극심한 가뭄과 정치불안으로 긴급식량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곳이었다. 자동차용 기름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라서 우리 팀도 식량운반 트럭용 기름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내가 일하는 현장은 수도인 하라레에서 5시간 정도 떨어진 곳이다. 한번은 동료 4명과 하라레에 있는 본부에 갈 일이 있었다. 승용차를 타고 길을 나서자마자 설날 귀성길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팻말을 들고 있는 게 보였다. 장거리버스가 기름사정으로 사실상 전면 운행 중단했기 때문에 저렇게 얻어 탈 차를 무작정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우리 차에는 한명은 더 태울 여유가 있었지만 단체규정상 모르는 사람을 태울 수는 없었다. 그래도 마음이 약간 불편했다.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큰길가 나무 밑에 70대 수녀님 한분이 하라레라는 팻말을 들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순간 우리 네 명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태워주자는 묵언의 합의였다. 끼익, 급정거를 하여 수녀님 앞에 차를 세웠다. 그런데 수녀님의 반응이 너무나 의외였다. 반가워서 스프링 튕기듯 뛰어올 줄 알았는데 마치 우리 차를 예약이나 해 놓았던 양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뒷자리에 앉는 게 아닌가. 차가 출발하고서야 의아해하는 우리에게 수녀님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은 제 간절한 기도의 응답입니다."
우리가 기도의 응답이라니? 사연인즉 이랬다. 이 원장 수녀님은 일주일 전부터 하라레에 갈 차편을 백방으로 알아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단다. 볼일을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어젯밤에 수녀원 수녀님들이 모두 모여 이렇게 기도했단다.
"하나님, 당신은 왜 우리가 하라레에 가야 하는지 잘 알고 계십니다. 내일까지는 꼭 가야 하는 것도 아십니다. 그러니까 내일 아침 8시에 큰 나무 밑으로 차를 보내주셔야겠습니다. 그럴 줄 믿겠습니다."
입이 쩍, 벌어졌다. 우리가 차를 세운 시간이 아침 8시였던 것이다. 아, 하나님은 수녀님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기 위해 우리를 쓰셨구나! 놀랍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자기도 모르게 복의 통로가 되는 일, 일하다 보면 이런 비슷한 경우를 무수히 만난다. 후원자들이 자신이 후원하는 해외아동을 방문하는 프로그램으로 아프리카 말라위에 갔을 때다. 에이즈가 한 마을을 완전히 초토화시켜버린 곳이다. 일할 만한 장년층은 전부 에이즈에 걸려 농사지을 사람이 없고 마을의 유일한 교사와 보건요원도 에이즈로 죽어 학교와 보건소는 문을 닫았다. 부모를 다 에이즈로 여읜 고아의 수가 마을 전체 어린이의 3분의 1이 넘었다.
우리가 방문한 12세 사무엘도 에이즈 고아이자 에이즈환자였다. 엄마가 에이즈에 걸린 채 임신하고 출산하면서 수직감염된 거란다. 삐쩍 마른 몸은 온통 부스럼투성이에 기침까지 심했다. 안내자의 말로는 6개월 이상 살기가 힘들단다. 이 집 아이의 후원자는 서울 출발 때부터 몹시 까탈스럽고 불평불만이 많았던 50대 남성인데 에이즈에 걸린 사무엘에게 가까이 가는 게 께름칙했는지 굳은 얼굴로 먼발치에 서있었다. 숨쉬기도 어려워하는 사무엘에게 이분이 동생 후원자라고 소개하니까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까지 더듬으며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닌가?
"이, 이분이 제 동생 후원자라구요? 고, 고맙습니다. 다, 당신은 제 간절한 기도의 응답이십니다."
아니, 방금 만난 사람이 어떻게 기도의 응답이란 말인가? 알고 보니 사무엘은 부모가 돌아가신 1년 전부터 하나님께 자기는 어찌 되어도 좋으니 10세, 6세 두 동생만은 굶지 않고 학교에 다니게 해달라고 밤낮으로 기도했단다. 아프면 아플수록 더욱 간절하게 기도했는데 마침내 두 달 전 동생들이 한국 후원자와 결연되었다면서 그 후원자의 손을 덥석 잡았다. 순간 저분이 아이의 손을 뿌리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웬걸, 놀랍게도 그 후원자가 부스럼투성이인 사무엘을 힘껏 껴안아주는 게 아닌가. 여행 중 처음으로 만면에 웃음까지 띠면서 말이다.
그러나 어찌 이분뿐일까? 월드비전 30만명의 후원자 한 분, 한 분이 인도에서, 에티오피아에서, 볼리비아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이 하나님께 드리는 간절한 기도의 응답이요 복의 통로다. 멋진 일이다. 기쁜 일이다. 정말 복 받을 일이다.
나는 올해에도 하나님께 복을 많이 받고 싶다. 내 기도가 응답되는 복도 받고 싶지만 누군가의 간절한 기도응답이 되는 복 또한 한껏 받고 싶다. 여러분도 새해 복의 통로가 되는 복, 많이 받으시기 진심으로 바란다.